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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관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십자인대는 운동 선수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부위입니다. 오래 전에는 십자인대 파열로 선수 생명이 끝나는 시절도 있었고, 잘못 수술하게 되어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술의 발달로 십자인대 파열 수술이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선한목자병원의 이창우 병원장님께서 존스홉킨스 의대에 계실 때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으려는 한국 분이 계셔서 통역을 해주셨다는데, 그 분에게 이창우 병원장님이 왜 한국에서 수술 받지 않고 멀리까지 와서 수술 받느냐는 질문에 한국 분이 해준 답변이 다소 충격적이었답니다. "싸구려 의사들한테 수술 받고 싶지 않다."

한 때는 운동 선수들도 스포츠 강국인 독일에서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운동 선수들의 임상 사례가 많은 독일이라 수술에 대한 믿음도 믿음이거니와 수술 후의 재활 치료에 따라 얼마나 빨리 복귀하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스포츠 의학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합니다.


십자인대 파열, 봉합하면 안 되나? 꼭 이식해야 하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십자인대 파열) 끊어진 십자인대를 연결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점이었지요. 끊어진 것을 봉합하지 않고 왜 이식을 하느냐는 거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선한목자병원의 이창우 병원장님께 질문을 드렸더니 명쾌히 설명해주셨습니다.

과거에는 끊어진 십자인대를 꼬매어서 연결해주었다고 합니다. 근데 잘 안 붙어서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피츠버그 의대에서 배울 때도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재건(reconstruction)해주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합니다. 재발률이 많아 실패할 확률이 많은 시술을 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그럼 왜 봉합을 하면 재발이 잘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완전히 파열된 십자인대의 경우


위 사진은 관절 내시경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마치 게맛살과 같이 흐물흐물한 부위를 볼 수 있는데 그 부위가 바로 파열된(끊어진) 십자인대입니다. 끊어진 십자인대를 아래 위를 꼬매어 연결시키면 되겠지만 연결시킨 십자인대가 제대로 붙으려면 피가 고여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선한목자병원 이창우 병원장님께서 풀어주셨습니다.

관절에는 활액막(윤활막, 관절 주머니의 속을 싸고 있는 막)이 있는데, 그 막 안에는 활액이 들어있습니다. 활액은 관절운동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활액은 한 번 만들어져서 활액막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생성되고 배출된다고 합니다. 즉 순환한다는 얘기죠. 그렇다고 해서 한 번 사용된 활액이 재사용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침을 생각하면 될 듯 하네요. 계속 분비되듯이 말이죠.

활액 때문에 피가 고여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씻겨 나간다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끊어진 십자인대를 꼬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붙으려면 피가 고여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씻겨 나가니 제대로 붙기가 힘들다는 거지요. 그래서 파열된 십자인대의 재건은 자가건이나 동종건과 같이 십자인대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조직으로 재건하는 거라고 합니다.


위 사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파열된 십자인대를 제거하고 새로운 십자인대를 만들어서 재건해준 사진입니다. 그럼 이렇게 완전히 파열된 경우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파열된 경우는 없을까요? 만약 부분적으로 파열된 경우라면 이식을 하지 않고 봉합을 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요?

십자인대가 부분 파열된 경우

십자인대가 부분 파열된 경우는 사례를 찾아보시다가 시간이 없어 말로 해주셨습니다. 왜 이런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냐면 부분 파열된 십자인대 상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전체 파열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선한목자병원 이창우 병원장님께서 비유적인 표현을 들어주셨는데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우물에서 100가닥의 줄에 연결된 양동이로 물을 긷는데 100가닥의 줄의 일부가 50가닥으로 줄었다고 하면, 물을 긷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나머지 50가닥이 끊어지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부분 파열된 십자인대에서 전체 파열된 십자인대까지의 짧은 시간에 내원하신 경우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만약 그런 케이스의 환자가 내원한다고 하더라도 파열된 부분을 연결하여 꼬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봤자 제대로 붙어야 하는데 제대로 붙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한 번에 제대로 된 수술을 위해서는 이식을 통한 십자인대 재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계속해서 내시경 사진을 찾아보시더니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이번에는 십자인대가 정상 두께의 1/3~1/4만 남은 경우의 사례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경우는 갑자기 두께가 줄어든 게 아니라(갑자기 줄어드는 건 파열되는 경우죠. ^^)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두께가 줄어들어 환자분이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십자인대가 정상 두께의 1/3~1/4만 남은 경우


위 사진에서 수술도구로 S자 모양으로 젖힌 부위가 바로 십자인대입니다. 십자인대의 정상 두께에 비해 1/3~1/4 정도 수준만 남은 경우입니다. 십자인대의 두께는 십자인대 파열 수술 시에도 중요합니다. 충분한 두께가 되지 않으면 십자인대를 재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는 십자인대의 흔적만 남은 경우로 십자인대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있으나 마나 하다는 얘기지요.


이런 경우에도 십자인대를 제거하고 이식을 통해 십자인대를 재건해줍니다. 기존의 십자인대를 남겨두고서 나머지 십자인대를 만들 수는 없다는 거지요. 왜냐면 충분한 두께의 십자인대를 가져야 하는데 1/4 두께의 십자인대와 3/4 두께의 십자인대 두 개가 있어봤자 하나씩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말입니다.


십자인대 파열 시에 봉합하여 재건하는 유일한 경우

이식을 하지 않고 꼬매는 유일한 경우가 있긴 하다고 합니다. 십자인대를 싸고 있는 막이 찢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된 경우입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듣고 이해해보면 이유가 명확하지요. 십자인대를 싸고 있는 막이 활액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으니 꼬맨다 하더라도 피가 고여서 잘 붙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100명의 십자인대 파열 환자 중에서 1명 있을까 말까한 아주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이식하여 십자인대 재건할 때 사용하는 두 가지, 자가건과 동종건

한 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겨 했던지라 스포츠 의학에 대한 아주 얕은 지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건과 근의 차이를 알고 있지요. 제가 다니던 헬스장의 트레이너가 재활의학 전문이라 제가 근이 아니라 건을 다쳤을 때 재활운동에 대해서 알려줘서 그 때 알았습니다. 십자인대 재건시에 사용하는 건 근(muscle)이 아니라 건(tendon)입니다.

근육은 길이가 늘고 줄지요. 무거운 기구를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근육을 발달시키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에 근육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걸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근육의 끝에 붙어 있는 근육과 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힘줄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에 반해 인대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일정 길이를 유지해주죠. 그런데 십자인대 재건 시에 왜 건을 사용하는 걸까요? 이는 건과 인대는 섬유조직으로 구성요소가 같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대체 가능한 조직이라는 거지요. 그렇다고 아무 건이나 쓰는 건 아니고 주로 슬개건이나 함스트링건을 사용합니다.

슬개건이나 함스트링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차차 설명드리기로 하고 자가건은 자신의 몸에서 체취해서 사용하는 걸 말하며 동종건은 남의 몸에서 체취해서 사용하는 걸 말합니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지요. 자가건자신의 몸의 멀쩡한 건을 체취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체취해야 하는 시간 때문에 시술 시간도 좀 더 오래 걸리며, 체취한 부위의 회복 기간까지 있어 회복도 느린 편입니다. 그러나 자기 조직을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에 반해 동종건은 자신의 몸에서 체취한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시술 시간과 회복 시간이 줄어들지만 아무래도 남의 조직을 이용한다는 점과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요. 물론 안정성 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말입니다. 보통 병원에서 이식할 때 사용하는 대부분이 이렇게 자가조직과 동종조직으로 나뉘고 각각의 장단점은 어느 부위의 이식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일장 일단이 있지요. 고로 재료의 선택은 환자의 판단에 따르는 게 맞겠지요?

그럼 자가건으로 이용되는 슬개건과 함스트링건은 어느 부위이고, 체취한 부위에 기능상의 문제는 없는지 또 이식하여 십자인대를 재건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인지, 이식하여 재건하는 방법은 십자인대 파열의 모든 경우에 적용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그 외에 몇몇 사례 사진들 중에서 두 개 더 올려봅니다.


이 사례는 십자인대가 아예 없는 경우입니다. 빨간색 실선이 십자인대가 있어야할 부분이지요. 이렇게 되면 걸을 때 이상하지 않을까 싶은데 서서히 십자인대가 줄어서 그런지 참고 지낸 듯 합니다.


이건 급작스럽게 파열된 십자인대 사진입니다. 너덜너덜해진 십자인대에 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정말 게맛살 같습니다. 아마도 운동 중에 파열된 게 아닌가 싶네요. ^^;
글: 風林火山 / 도움말: 선한목자병원 이창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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